STAGE

시간이 빚어낸 기도, 40년의 시간을 노래하다 — 소프라노 임청화

박시현·
공연리뷰성악소프라노

9월 9일, 롯데콘서트홀

저녁 무대의 조명이 천천히 밝아오를 때,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임청화. 그 이름 앞에 이제 '40년'이라는 무게가 따라붙는다. 1982년 양평군 음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성악의 첫걸음을 내딛었던 그 소녀가, 이제 한국 가곡을 세계 무대로 품고 나가는 예술가가 되었다.

가시나무에서 피어난 진실

무대 중반, 예상치 못한 순간이 찾아왔다. 조성모의 〈가시나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그 익숙한 멜로디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새롭게 태어난 가사와 함께, 임청화의 목소리는 기교를 벗어던지고 오직 진심만을 담았다.

그 순간, 콘서트홀은 거대한 고해소가 되었다. 40년의 세월 동안 쌓인 영광과 상처, 기쁨과 아픔이 모두 그 목소리 속에 녹아들었다. 관객석 곳곳에서 들려오는 작은 한숨소리들이 그녀의 고백과 하나가 되어 홀 안을 맴돌았다.

두 목소리가 만들어낸 마법

진정한 마법은 바리톤 박경준과의 듀엣에서 일어났다. 임청화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먼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마치 이른 새벽 산꼭대기에서 올라오는 안개처럼, 그녀의 소프라노는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모든 것을 포용했다.

박경준의 바리톤이 그 아래에서 받쳐주기 시작했다. 깊고 단단한 그의 목소리는 대지와 같았다. 두 목소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무언가 신비로운 일이 벌어졌다. 40년의 음악 여정 동안 만났던 수많은 동행자들의 이야기가 그 순간 하나의 소리로 응축되었다.

세대를 잇는 음악의 강

이날 무대에는 임청화만 있지 않았다. 김민성, 라하영, 유성녀… 그녀와 함께 무대를 빛낸 후배와 동료들 각자가 저마다의 색깔로 밤을 수놓았다. 임청화의 40년은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으로 이어진 거대한 강이었고, 그 강물 위에서 수많은 이들이 함께 노를 저어왔다.

시간이 선물한 깊이

과연 예술가에게 시간이란 무엇일까? 답은 그녀의 목소리에 있었다. 젊은 시절의 목소리가 기술과 열정으로 빛났다면, 지금의 목소리는 삶의 무게와 신앙의 깊이로 울렸다.

임청화의 40주년 콘서트는 '기념'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백'이었다. 한 예술가가 시간의 강을 건너며 깨달은 것들에 대한, 음악과 신앙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에 대한 진솔한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