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를 향해하며 오페라의 무대를 만나다
여행· 에세이

에게해를 향해하며 오페라의 무대를 만나다

강희갑·2026.07.10
실린 곳 · STAGE 39 21–34페이지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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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개요

이번 에게해 동부지중해 여행은 2026년 5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9박 11일) 진행되었다.

인천을 출발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경유한 뒤 이즈미르에 도착하여 에페소 유적지를 답사하고, 쿠사다시 항구에서 셀레스티얼 저니(Celestyal Journey) 에 승선했다.

크루즈는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쿠사다시를 출발해 로데스, 크레타, 산토리니, 미코노스, 밀로스, 아테네를 순항한 뒤 다시 쿠사다시로 돌아오는 7박 8일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하선 후에는 이스탄불로 이동하여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둘러본 뒤 6월 2일 귀국했다.

이번 연재는 여행 일정에 따라 각 기항지의 역사와 신화, 오페라와의 연관성, 그리고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기록한 풍경과 문화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오페라는 극장에서만 만나는 예술일까?"

오랜시간 동안 카메라를 들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나는 종종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무대 위에서 막이 오르고 오케스트라가 첫 음을 연주하는 순간 관객은 오페라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페라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신화가 태어난 바다,
영웅들이 노래하던 항구,
비극이 시작된 도시,
그리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품은 문명.

바로 그곳에서 오늘날 오페라가 노래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탄생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마주한 에게해는 단순한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었다. 그리스 신화의 무대였고, 서양 문명의 요람이었으며, 수많은 오페라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에페소의 대리석 길을 걸으며 고대인들의 숨결을 느끼고, 에게해의 푸른 바다를 따라 섬과 섬을 항해하는 동안 신화 속 인물들은 더 이상 전설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새로운 섬과 도시를 만나는 항해는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여행이 아니었다. 신화와 역사, 음악과 예술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따라가는 여정이었고, 나는 그 길 위에서 오페라가 왜 인간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노래하는 예술인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번 연재는 바로 그 여정을 독자들과 함께 걸어보고자 하는 기록이다.

<쿠사다시 에페소 유적지>
<로데스 린도스 아크로폴리스>
<크레타 스피날롱가>
<산토리니 이아마을>
<미코노스 풍차>
<밀로스 사라키니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신화가 오페라가 되다

오페라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무대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랑과 이별, 질투와 복수, 운명과 비극의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들이다.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체를 되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간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사랑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간절한 그리움이 오페라의 가장 오래된 주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 역시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트로이 전쟁 이후 크레타로 돌아온 왕 이도메네오의 운명과 희생을 다룬 이 작품은, 이번 여정에서 만나게 될 크레타 섬과도 깊이 연결된다.

오펜바흐의 《아름다운 헬레네》는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헬레네 이야기를 유쾌하고 풍자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비극적인 신화도 때로는 웃음과 해학의 오페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케루비니의 《메데아》는 사랑과 배신, 복수의 감정을 극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 얼마나 인간적인 고통과 욕망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오페라는 인간을 노래하는 예술이다.

그리고 그 인간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원형이 바로 그리스 신화였고, 그 신화가 태어난 바다가 바로 에게해였다.

바다 위에서 만나는 거대한 오페라 무대

크루즈는 매일 호텔을 옮기는 여행이 아니다.

잠든 사이 배는 다음 섬으로 향하고, 아침이면 또 다른 문명이 눈앞에 펼쳐진다.

객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붉은 일출은 하루의 서곡(Overture)이 되었고,
기항지마다 만나는 도시들은 한 편의 오페라에서 막이 바뀌듯 새로운 장면(Scene)을 만들어 주었다.

저녁이면 다시 배로 돌아와 하루의 감동을 정리한다.

마치 한 편의 오페라가 마지막 아리아를 남기고 막을 내리듯, 하루도 조용히 끝을 맺는다.

그래서 크루즈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바다는 무대가 되고,
항구는 장면 전환이 되며,
여행자는 어느새 관객이자 배우가 되어 그 거대한 공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진가가 만난 오페라의 빛

나는 오랫동안 풍경사진과 오페라 공연사진을 함께 기록해 왔다.

새벽 일출을 기다리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빛을 카메라에 담아왔고, 수많은 오페라 공연에서는 무대 위 배우들의 표정과 조명,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내는 감동의 순간을 기록해 왔다.

풍경사진이 자연이 연출하는 최고의 무대를 기다리는 작업이라면, 오페라 공연사진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적 순간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빛'이었다.

에게해의 새벽은 차갑도록 푸르렀고,
정오의 햇살은 하얀 대리석 신전을 눈부시게 비추었으며,
노을은 산토리니와 미코노스의 하얀 집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극장의 조명이 배우의 감정을 완성하듯,
에게해의 빛은 수천 년의 신화와 역사를 더욱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무대 위 오페라를 촬영할 때 느꼈던 감동과 같은 울림을 에게해의 풍경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단순한 풍경 기록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그리고 음악이 하나가 되는 거대한 무대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이었다.

이번 연재에서 만날 이야기

이번 연재에서는 7박 8일의 크루즈 항로를 따라 각 기항지에 담긴 역사와 신화, 그리고 오페라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가려 한다.

출발지인 쿠사다시에서는 에페소와 아르테미스 신전을 만나며 고대 문명의 숨결을 따라가고,
로데스에서는 십자군 기사단의 성채를 걸으며 중세의 시간을 만난다.
크레타에서는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와 미노스 왕국의 전설을,
산토리니에서는 화산섬이 품은 아틀란티스의 신비와 지중해의 서정을,
미코노스에서는 델로스와 태양의 신 아폴론이 남긴 음악과 예술의 기원을,
밀로스에서는 '밀로의 비너스'가 상징하는 아름다움과 인간미의 본질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크루즈를 마친 뒤에는 다시 쿠사다시로 돌아와 하선한 후 이스탄불로 이동한다.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이스탄불에서는 성 소피아 대성당과 블루모스크, 톱카프 궁전 등을 걸으며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이 남긴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나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 도시가 서양 음악과 오페라 문화에 남긴 흔적도 함께 살펴보려 한다.

이번 연재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에게해를 따라 이어진 신화와 역사, 그리고 오페라의 뿌리를 따라 걷는 여정이며, 마지막 이스탄불에서는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문명의 교차점에서 그 긴 여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자 한다.

여행은 끝나지만 음악은 계속된다

7박 8일의 항해는 다시 처음 출발했던 쿠사다시 항구에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여행자는 결코 출발할 때의 자신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바다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하고,
도시는 시간을 가르쳐 주며,
오페라는 인간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이번 에게해 동부지중해 항해 역시 그랬다.

에게해를 따라 이어진 일주일의 여정은 단순한 크루즈 여행이 아니라, 신화와 역사, 음악과 문명이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거대한 오페라를 완성해 가는 시간이었다.

이제 독자들과 함께 그 웅장한 무대의 첫 막을 올려보려 한다.

Writer's Profile

강희갑 | 사진작가 · 희망일출투어 대표

희망일출산악회 대장
루게릭환우 후원재단 (재)승일희망재단 홍보대사

37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일출과 자연 풍경을 기록해온 사진작가로 ‘빛은 희망이다’라는 철학 아래 국내외 산과 바다를 오가며 새벽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희망일출산악회와 희망일출투어를 이끌며, 단순한 관광을 넘어 기록과 나눔, 사유가 공존하는 여행 문화를 제안하고 있는 여행 기획자로 사진과 인문학을 결합한 크루즈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2026년 9월 추석연휴 한중일, 10월 연휴 그리스섬 동부지중해, 12월 크리스마스 연휴 대만 일본, 2027년 1월 하와이, 2월 설날 연휴 서부지중해, 5월 이탈리아 그리스 동부지중해, 6월 알라스카, 7월 북유럽 등 크루즈를 계획 중이다. 여행을 소비가 아닌 기록과 나눔, 사유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크루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AI 마에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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